느리게 걷기

당신에게 나여야만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SereiN 2024. 6. 4. 20:10

 

사랑이라는 말을 끓여

영원이라는 집착을

휘발시켜내는 동안,

 

그 곁에서 끊임없이

장작불을 지펴 올려

타오름을 지켜내는 동안,

 

나는 내내 슬프고

참 많이 슬플 겁니다.

 

그러다보면

그 슬픔이 고갈되어

나는 종내 밝은

빛을 내게 되거나,

 

혹은

그 슬픔이

눈물에 희석되고

희석되어 언젠가

투명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이루기라도 할 모양일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일로,

나는 그만큼씩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어갑니다.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정기린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