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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슬프지만 안녕

by SereiN 2008. 4. 22.

이 세상의 수많은 약속들 중에서 가장 부질없고 무의미한 것은

연인끼리 주고 받는 사랑의 약속이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것이라거나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거나

그런 종류의 약속들, 그런 말들 하는 사람도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도

그 약속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한

완벽한 믿음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새끼 손가락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우리들은

'그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소망할 뿐이다.

기대할 뿐이다.

 

많이 기대하고 소망하지만, 그 마음이 깊고 끔찍하다고 해서

기대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한없는 희망은 절망과 맏닿아 있다.

 

사랑 속에 이별이 존재하고 봄 속에 겨울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약속 안에는 텅빈 동굴과 같은 허무함이 존재한다.

 

황경신/'슬프지만 안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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