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서도 잊지 못 할 사랑에 실패한 원인은,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한 그의 모습'만 사랑했기 때문이다.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면서도 넘치지 않는,
그 절도 있는 열렬함으로 사랑하라고 시인 김수영이 말했던가..
나는 왜 다른 것들은 다 그렇게 사랑할 줄 아는데
왜 사람하고 사랑할 때만 늘 그 물을 성급하게 넘치게 했을까..
결국 그 흘러넘친 물이 나를 달아오르게 하던 불길마저 꺼트리고 난 뒤에도,
나는 오랫동안 식지 않는 미련의 뜨끈함을
생의 옷자락으로 동동 감아 안곤 했다.
김영숙/파리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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