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합니다.
"나한테 잘하는 남자가 가장 좋은 건데 바보처럼 그땐 왜 몰랐을까?"
물론 나한테도 그런 남자가 있었어요.
참 착하고 자상하고 좋은 남자라는 걸 알았지만 왠지 심심했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주질 않았거든요.
안 아픈데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약속을 몇 번이나 깨도 화를 안 냈습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쯤 잠수를 타고
전화를 안받아도 다 봐줬어요.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술 먹고 놀다가
택시 타기 무서우면 괜히 전화를 걸어서
집에 어떻게 가냐고 혼잣말처럼 툭 던졌지요.
그 말 한마디면 달려 나올 거, 알았거든요.
다른 일로 힘든 건데 애꿎은 그 사람한테 화풀이도 막 했어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토라지고 짜증내고 그랬어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은 그냥.. 한발짝쯤 떨어진 자리에서
내가 다시 웃어주길 가만히 기다렸어요.
난 그런 사람이 참 재미없었습니다.싫증났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떠날 때도 난 참 잔인했어요.
"널 사랑한 적 없었어..."
그 뒤로 난 몇 번의 연애를 더 했습니다.
헤어지고 아파하고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러다 보니 내가 어느새 그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남진도 그 사람처럼 날 사랑해 주진 않았거든요.
계산 안 하고 거짓말도 안하면서
내 계산,내 거짓말도 다 봐주는,
그런 남자는 ..세상에 그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젠 날 다 잊었겠죠?
염치 없지만 한 번만이라도 말해 보고 싶습니다.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몰라봤던 내가 너무 미워.
네 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나 좀 받아줄래?
두 사람이 있었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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