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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두 사람이 있었다

by SereiN 2013. 10. 24.

여자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합니다.

"나한테 잘하는 남자가 가장 좋은 건데 바보처럼 그땐 왜 몰랐을까?"

물론 나한테도 그런 남자가 있었어요.

참 착하고 자상하고 좋은 남자라는 걸 알았지만 왠지 심심했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주질 않았거든요.

 

안 아픈데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약속을 몇 번이나 깨도 화를 안 냈습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쯤 잠수를 타고

전화를 안받아도 다 봐줬어요.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술 먹고 놀다가

택시 타기 무서우면 괜히 전화를 걸어서

집에 어떻게 가냐고 혼잣말처럼 툭 던졌지요.

그 말 한마디면 달려 나올 거, 알았거든요.

다른 일로 힘든 건데 애꿎은 그 사람한테 화풀이도 막 했어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토라지고 짜증내고 그랬어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은 그냥.. 한발짝쯤 떨어진 자리에서

내가 다시 웃어주길 가만히 기다렸어요.

난 그런 사람이 참 재미없었습니다.싫증났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떠날 때도 난 참 잔인했어요.

"널 사랑한 적 없었어..."

그 뒤로 난 몇 번의 연애를 더 했습니다.

헤어지고 아파하고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러다 보니 내가 어느새 그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남진도 그 사람처럼 날 사랑해 주진 않았거든요.

계산 안 하고 거짓말도 안하면서

내 계산,내 거짓말도 다 봐주는,

그런 남자는 ..세상에 그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젠 날 다 잊었겠죠?

염치 없지만 한 번만이라도 말해 보고 싶습니다.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몰라봤던 내가 너무 미워.

네 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나 좀 받아줄래?

 

두 사람이 있었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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