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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기 가장 좋은 방법

by SereiN 2015. 6. 25.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랬었지, 맞는 말일 것이다.

내게 사랑의 상처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내게 남겨진 건 사랑의 상처가 아니다.

내게 새겨진 건 사람이 준 상처이며

기록된 건 사랑의 언어가 아니라 환멸의 언어들이다

 

나는 누군가가 내 영혼의 자기장 깊숙이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랑 속에는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따스함, 열정, 몰입, 기쁨

까닭 없이 터트리는 웃음소리 같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 눈부심 속으로 들어가보면 마치 빙산의 아랫부분처럼

거짓과 권태와 배신과 차가움과 환멸 같은 것들이

수면 아래 엄연히 매달려 있는 것이다.

환멸 조차 사랑의 일부분이란 걸

사람들은 모르고 있거나 잊어버리거나 한다

 

나로서는 그 상처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누군가와 진짜 사랑을 하고

그 이면의 온갖 것들과 새로이 대면하고서야 비명을 지르는

그런 기억상실증 환자 같은 짓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그저 아는 사람, 세 번째 우려낸 차처럼

담백한 관계같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정미경/호텔 유로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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