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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부재

by SereiN 2016. 9. 4.

 

어쩌면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변해버리는 것들,

그 두가지의 격앙된 대비일지도 모른다.

 

'끝없는 지속'이라는 것이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덧없는 순간이 끝없이 지속된다는 것,

그리하여 시간의 존재가 소멸하고

시간에 기대어 있는 우리의 삶 역시 소멸한다는 것.

그런 사실을 응시하는 것이 오래된 그림을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의 부재.

신의 부재, 사랑의 부재, 아름다움의 부재.

부재를 느끼는 것은 그것이 한때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부재가 고통스러운 것은

그들이 여전히 존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덧없는 순간은 지나가고

끝없는 부재만이 지속될 뿐이다.

부재를 상기시키는 순간을 응시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없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그림으로 인해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으나

그림 또는 순간 속에 각인된 잔인한 지속성이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우리는 시간속에 갇혀 있고

그들은 시간의 바깥으로 영원히 추방되었다.

 

생각이 나서/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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