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 없는 사람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 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쫒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오·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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