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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의 소확행..hygge.. lagom..au calme..Lethe..TNX 경준..成毅 ChengYi
느리게 걷기

등뒤의 사랑

by SereiN 2006. 8. 10.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 없는 사람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 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쫒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오·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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