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것 없이 사흘 동안 비 내렸다.
빗길 그 사이에 점자처럼 도드라져 있는
파릇한 상처를 밀어 올리며
당신 꽃 피었다.
숲과 나무가 천천히 스미듯
땅과 비가 천천히 스미듯
젖는 일이란 제 속의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었다.
제 속으로 새 마디를 하나 새겨 넣는 일이었다.
당신이 내게 소리없이 스미어 왔던 것처럼
내게 스미어 내가 모르게 된 것처럼
천천히 스미기 직전의
수만 떨림의 촉수를 뻗었던 누군가가
내 인생에도 있었음을 알겠다.
가슴 속 상처가 스민 그 자리에서
길을 더디게 걷는 일처럼
소리도 서로 스미려고
그 얼마나 많은 비 내리고 바람 불었는지..
몇 날 비에 젖고 있는 창 밖의 풍경처럼
적조하고 단조로운 음절도 때론 사무친다는 것
어느 사랑이 비의 경전에 귀기울이며 젖는 일에
저토록 몰두할 수 있단 말인가.
창밖의 풍경은 또 훌쩍 키가 자라고
마디진 길을 배회하던 기다림은 더 푸르러지려니
당신을 새겨 넣는 내 푸른 상처는
또 얼마나 오래도록 파닥이며 반짝이겠는가..
빗물 다 스민 자리에서 나무는 또
푸른 물기 스민 잎을 햇빛 속에 가득 새겨 놓는다...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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