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 아는 사람은
나에게 잘해 줬다고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호의를 잊지 않고 있다가
끝끝내 결초보은했다는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며,
선물을 준 사람은 자신이
언제 그런 선물을 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볼 때마다
흐뭇해하며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것은 여전히 서운한 것이다.
만일 서운함과 고마움이 같은 선상에 놓인 것이어서,
이를테면 0을 기준으로 (-)로 향해 가면 서운함을 느끼고,
(+)로 향해 가면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라
서운함과 고마움이 상호 간에 상쇄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서운함과 고마움은
서로 다른 선상에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서운함에 고마움을 더한다고 해서
서운함이 상계 처리되지는 않는다.
참 눈치 없는 언어들/안현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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