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거라잖아.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속으로만 꽃피는 무화과처럼
당신 몸속으로 오래도록 저물어가는 일.
그것도 아니면
꽃잎 위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꽃잎의 아랫입술을 열고 온몸을 부드럽게 집어넣는 일.
그리하여 당신 가슴이
안쪽으로부터 데워지길 기다려
당신의 푸르렀던 한 생애를 낱낱이 기억하는 일.
또 그것도 아니라면
알전구 방방마다 피워놓고
팔베개에 당신을 누이고 그 푸른 이마를 만져보는 일.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라고?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먹는 일이야.
뽀족한 돌과 반달 모양의 뼈로 만든 칼 하나를
당신의 가슴에 깊숙이 박아놓는 일이지.
붉고 깊게 파인 눈으로
당신을 삼키는 일.
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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