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과 이별한다.
때론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고,
사랑받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과 이별하고,
자신이 품었던 이상과 이별하고,
젋음과 이별하며,
자신이 믿어온 한때의 진실과 이별한다.
이 모든 이별에는 길든 짧든 애도가 필요하다.
애도란 마음의 저항 없이 충분히 슬퍼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고통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억지로 외면하거나 억누르고
혹은 자신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 슬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충분한 애도를 하지 못했을 때,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했다.
감정이란 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틀어막는다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실은 씻겨 내려가지 못한 채.
우울이라는 웅덩이로 고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만약 당신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이 머무르고 있다면
우리는 그 실체를 찾아야 한다.
꽁꽁 숨어서 한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질문하며 단서를 찾고 탐문하여 그 실체에 다가서자.
그 실체를 안다 해도 수사의 종결이지, 사건의 종결은 아니겠으나,
실체를 객관화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고,
우리는 충분히 애도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당신의 심연에 묻는다.
당신은 무엇과 이별하였는가.
그 어쩔 수 없었던 모든 것들에게
애도를 보낸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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