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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혼자 울지 마라

by SereiN 2020. 11. 4.

하늘 아래

어떤 슬픔도

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

 

먼 단풍도

홀로 붉지 않는다

 

한 바람이

서늘한 능선의 가슴을 쓸면

마침내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난한 영혼의 연대가

온 산에 붉다

 

들꽃을 바라볼 때

꽃의 귀는

너를 듣는다

 

홀로 슬퍼 자기를 연민할 때도

꽃은 피고 사랑은 간다

 

한 마음 괴롭히는

그 까닭으로

모든 영혼이 운다

 

우리는 모두 물들어 간다

혼자 울지 마라

 

 

(시인동네 시인선136)정용주 시집/쏙닥쏙닥

제1부 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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