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꽤 괜찮은 사람.. 세상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도대체 뭘 해야만 할지 모를 때가 있었다. 굳이 헤아리고 싶지도 않을 만큼의 많은 실패와 좌절 앞에 놓이고 보니, 점점 나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업신여기는 지경까지 가닿더라는 것이다. 나는 못났고, 바보 같고, 우둔하고, 어쩌면 이제 완전히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잔뜩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로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이 세상이 멍청한 거라고 욕해대는 그런 모순적인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모습과 완전히 새로운 길에 처음부터 발을 디딜 멋진 용기 따위 품고 있지 않은 못난 마음이 나를 아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살아간.. 2021. 12. 7. 조금 더 다정해야 할 이유.. 알고 보면 누구나 말 못 할 이야기를 품고, 조금씩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며,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 상처 입은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상처받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만의 불행이 아니라는 위안과 안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갖자. 사실은 다들 나만큼 자신의 마음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으며, 사실은 다들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 * 〈다 같은 중생 아니겠습니까〉, pp. 274~275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작가님 2021. 12. 3. 가을만의 자태.. 가을날에는 우아한 상쾌함만이 있다. 차분해진 날씨만큼 우리는 어떤 생각도 가공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은 빨리 사라진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홀연함으로. 되바라지게 더운 여름과 되바라지게 추운 겨울, 한 해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봄은 자기 몫의 여운을 꽤 챙겨가는 데 반해 가을은 그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스르륵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주어진 찰나의 가을을 붙잡아야 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14p/유지혜 작가님 2021. 11. 29.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간다는 것.. 정작 떠나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사무치게 깨달은 것.. 내가 생각했던 황금빛 미래는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 이런들 저런들 한번은 마주해야 한다면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화를 자초한 것.. 제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이룰 수 없는 것.. 그런데도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한다는 것... 삶에 사람에 무뎌진다는 것 /투에고 작가님 2021. 11. 25. 혼자만의 사랑이.. 혼자만의 사랑이 힘든 이유는, 나 혼자서 상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도, 그 역시 나를 마음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은 아닐까? 내 착각이고 미련이었을지언정, 닫지도 놓지도 못하는 그 일말의 가능성으로 인해…. 그러나 상대방의 거절로 그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은 다른 열망과의 사이에서 끝내 고백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언제고 이루어진 적 없는, 나만의 슬픔으로 묻혀 버린 이야기를 ‘지나간 사랑’으로 기억한다. 불운이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 이유: 던져진 존재들을 위한 위로...p123/민이언 작가님 2021. 11. 21. 진짜는 곁에 조용히 오래 머문다 유난스럽게 우정을 과시하거나 친목으로 인맥을 자랑하거나 보여주기식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호들갑스럽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 한결같은 관계 외부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 관계가 진짜다. 보이지 않는 유대감과 신뢰로 강하게 맺어진 관계 우리는 이를 친구라 부른다 마음의 결/태희 작가님 2021. 11. 17. 너는 나를 혼자 내버려두겠지만.. 네가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한 시절 그때의 너는 내게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서로의 순간에 머물렀던 시간과 공간은 끝이 나고야 말겠지... 조금만 두드려도 깨져버리는 기억은 그런 거야. 그런 순간에도 사랑은 있다가도 없는 거니까. 네가 나의 마지막이 아니라도 쉽게 울고 웃을 수 있는 거야. 사랑은 지나치면 그만이니까. 또다시 올 거니까,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물어도, 너는 나를 혼자 내버려두겠지만.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때지. 내가 없는 곳에, 그곳의 나는 무심히 빛나고 있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없는 그대가 더 많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한 시절 나의 가장 찬란한 슬픔, 잘 지내.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130~.. 2021. 11. 14. 성실한 슬픔.. 슬픔을 잊는 방식이 더딘 사람도 있고, 성실하게 슬픔을 비워내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 걸어오는 너의 얼굴이 그립지 않고 첨벙이는 노래들이 이제 들리지 않을 때, 이토록 사소한 하나에 반응하고 더 이상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없음을 알게 될 때, 잊는 것 또한 아주 평범해진다. 나도 모르게 닳아버린 칫솔처럼. 잊는다는 건 아주 평범하고 사소하게 휘어진 사랑. 사랑은 습관이 될 수 있으나 이별은 습관이 될 수 없으니, 그래서 잊는다는 건 성실하게 앓는 것. 우리는 묵묵히 흐른다. 아주 평범하고 성실히...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137p /정현우 작가님 2CELLOS - Benedictus (by Karl Jenkins) [LIVE at Arena Zagreb] https://youtu.be/f_.. 2021. 11. 11. 그동안 얼마나 잘해 줬니.. 누군가 나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 아는 사람은 나에게 잘해 줬다고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호의를 잊지 않고 있다가 끝끝내 결초보은했다는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며, 선물을 준 사람은 자신이 언제 그런 선물을 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선물을 볼 때마다 흐뭇해하며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것은 여전히 서운한 것이다. 만일 서운함과 고마움이 같은 선상에 놓인 것이어서, 이를테면 0을 기준으로 (-)로 향해 가면 서운함을 느끼고, (+)로 향해 가면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라 서운함과 고마움이 상호 간에 상쇄될 수 있는 것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애.. 2021. 11. 1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93 다음